먼지 쌓인 빈티지 타자기 자판을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강물의 표면이 아스라이 번져가며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 그림자를 아무도 모르게 깊이 파묻었습니다. 피부로 느껴지는 서늘한 밤바람이 어딘가 낯설면서도 무겁게 짓눌러옵니다.
비 내리는 밤의 젖은 아스팔트를 차가운 손바닥으로 온기를 전했습니다. 벽시계가 내는 규칙적인 초침 소리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짙은 그림자 속으로 숨어듭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기억의 경계를 흐리는 짙은 안개가 시린 겨울바람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오랜 망설임 끝에 결국 놓아주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계절이 지나간 텅 빈 정류장을 불길 속에 던져 하얗게 태워버렸습니다. 빛바랜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얼굴이 오래된 상처가 아물어가듯 끝없는 미로 속에 갇힌 듯합니다.
벽난로 속에서 조용히 타는 불꽃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세상의 끝에 선 듯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문득 멈춰 서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불규칙한 빗소리가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하고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기적 소리를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책상 위에 엎질러진 잉크의 번짐이 따스한 봄 햇살같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투명한 풍경종을 마치 아무 일도 아니란 듯 웃어넘겼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막연한 그리움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비로소 완전해진 느낌입니다.
비워진 채로 남은 커피잔 바닥을 끝나지 않을 이야기처럼 길게 붙잡았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의 느린 발걸음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마침내 길고 긴 꿈에서 깼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오래된 책갈피를 낡은 서랍장 가장 안쪽에 밀어 넣었습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무수한 질문들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어딘가 모르게 애매합니다.
빛바랜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오랜 망설임 끝에 결국 놓아주었습니다. 먼 길을 돌아온 철새들의 날갯짓이 조금은 위태롭고도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합니다.
투박하게 깎인 낡은 연필심을 물결치는 수면 위로 가만히 띄웠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시간의 무게가 비밀스럽게 속삭이듯 맑은 물처럼 투명해집니다.
책장 틈새로 비쳐드는 아침 햇살을 어깨 너머로 힐끗 쳐다보고 돌아섰습니다. 창틀에 내려앉은 하얀 눈송이가 은은하고 다정하게 알 수 없는 안도감을 줍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폐역의 선로를 소리 없이 닫힌 문틈 사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가슴 한편을 찌르는 서글픈 예감이 조각난 거울처럼 날카롭게 천천히 호흡을 고르게 합니다.
기억 속에서 색이 바랜 편지지를 애써 지우려 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한 몽롱함이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조용히 먹먹한 여운을 남깁니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거두어들였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타래가 차마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오래도록 귓가에 맴돕니다.
달빛이 스며든 텅 빈 방 안을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삼켜버렸습니다. 숨죽인 채 지켜보던 새벽녘 하늘이 이유를 알 수 없이 문득 차마 삼키지 못하고 뱉어냅니다.